마테리얼 69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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째깍째깍. 시계 초침만이 울리는 적막한 방 안에서 불편한 침묵이 흘러앉았다. 언제나 옆에 있을 터인 복수귀는 아마쿠사 시로 토키사다의 부름에 의해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다. 그리고 이곳에 그를 기다리는 자가 둘. 유일무이한 마스터와 그의 인생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자, 알렉상드르 뒤마다. 불편하다는 기색을 숨기려들지 않는 그림자의 미간이 미약하게 찌푸려졌다. 그가 자리를 비우지만 않았어도 저 남자와 단둘이 있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다. 아니,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. 그녀는 명백히 뒤마를 불편해하고 있었다. 뒤마 또한 그것을 잘 알고 있기에 새하얀 의자 등받이에 기댄 채 마스터에게 말을 걸었다. “이봐, 그렇게까지 불편해 할 필요는 없지 않나? 내가 마스터, 당신을 잡아먹을 것도 아닌데 말이야. 하핫, 인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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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다시 한번 물을게. 너, 나를 두고 갈 생각이지?""……그래. 네 말이 맞다." 멱살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. 폐기공의 주인이 한 발짝 앞으로 내딛자 두 사람은 지면을 잃고 허공으로 낙하한다. 떨어진다. 끝이 보이지 않는 그림자 속으로. "그림자, 물러나라! 가까이 와서는 안 된다. 내 불꽃은 너를 불사를 수도….""그딴 건 알 바 아냐!""……윽!""너 때문이야. 전부 너 때문이야. 나는 네가 있으면 그걸로 충분했는데…. 지금까지 참고, 참고, 참고, 또 참았는데…. 그런데 이제는, 널 두고 나아가라고…? 나아가…? 여기서 더……?" 푸른 불꽃이 긴 머리카락을 땔감으로 삼아 불타오른다. 그녀는 자신을 태우려는 불꽃에도 아랑곳 않은 채 복수자에게 원망의 말을 내뱉는다. 기나긴 시간을 숨겨온 본심, ..